일 없는 사람
"그대들이 만약 능히 생각 생각에 헤매는 마음[馳求心]을 쉴 수 있다면
곧 할아버지인 부처님[祖佛]과 더불어 다름이 없느니라.
그대들이 할아버지인 부처님을 알고자 하는가?
다만 그대들이 내 앞에서 법문을 듣고 있는 그 사람이다.
공부하는 사람들의 믿음이 철저하지 못하고 곧 자신의 밖을 향해 내달리면서
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설사 밖에서 구하여 얻는다 하더라도 모두가 훌륭한 문자일 뿐이다.
마침내 살아있는 할아버지의 뜻은 얻지 못할 것이다.
착각하지 말라.
여러 선덕(善德)들이여!
지금 이런 이치를 만나지 못하면 만겁 천생을 삼계에 윤회하여
좋아하는 경계에 이끌려 다니느라 나귀나 소의 뱃속에 태어날 것이다."
보고 듣고 하는 자기 자신 외에 밖을 찾아 헤매는 마음만 쉬어 버리면 그대로 할아버지 부처요, 그대로가 할아버지 스승[祖師]이다.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익숙한 말로 부처님이니 조사님이니 하는 사람들이란 무엇인가? 보고 듣고 할 줄 아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가. 자신 속에 무한한 생명과 한량없는 공덕과 신통묘용이 있어서 이렇게 보고 들을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더 이상 밖을 향해 찾아 헤매지 않는 사람이다.
조사와 부처를 알고자 하는가?
내 면전에서 법문을 듣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聽法底人].
부처가 되기 위해서 수행한다는 사람들은 그 사실에 대해서 믿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 밖을 향해서 부단히 찾아 헤매고 있다. 실은 찾을수록 더욱 멀어진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해서 설사 밖에서 찾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문자로 쓰인 아름답고 훌륭한 이름들뿐이다.
이를테면 석가모니. 아미타불. 미륵불. 비로자나불.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그리고 무슨 부처님, 무슨 보살님, 천 불(千佛), 만불(萬佛) 등등...
대단한 이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진정으로 살아서 피가 튀고 맥박이 뛰고, 웃고, 울고 할 줄 아는 그런 부처는 만나지 못한다.
임제선사??? ...
스님? 선사? 로 알려졌지만... 불교에 종속된 사람들에게는 미운 오리새끼일까? 허헛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보이거나, 훌륭한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 보이는 이름, 이름, 이름들... 석가모니, 아미타불, 미륵불, 비로자나불....... 쓸모없는 이름들이라고 한다.
참으로 옳은 말...
머리깍은 모양은 같은데, 아니. 같아 보이는데... 쓸모없는 이름들에 묶인채 형상을 숭배하는 이들... 그들은 무엇인가?
허헛, 그렇지 중생이라네.
임제어록 중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말이 있다면...
"그대들이 만약 능히 생각 생각에 헤매는 마음[馳求心]을 쉴 수 있다면
곧 할아버지인 부처님[祖佛]과 더불어 다름이 없느니라. 라는 말일터...
여기서. 생각, 생각, 생각.... 헤매는 마음.
일념만년 한 생각에 생사이치 뚜렷하니... 라는 말에 "참으로 옳은 말이니, 당연하지" 라며 미소짓는 인물들이 있으니...
세상이 곧 밝아지겠지. 허헛
생각, 이름...
이런 글들 또한, 일념을 깨쳐 "생각의 이치"를 깨달은 인물들이 보게 된다면 호탕하게 웃어제치겠지.
소리와 형상, 이름과 형상으로는 여래를 볼 수 없다는 석가모니의 말이 생각날테고. 허헛
그대의 참나. 그것이 모든 것의 기원이다.
오직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