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어록>
1>임제는 '할'의 조사로 유명하다.
어느날 한 승려가 임제에게 물었다.
"불법(불법)의 대의는 무엇입니까 ?"
임제는 즉각 일갈했다. 그러자 그 승려는 절을 했다.
임제가 물었다.
"그대는 나의 이 일갈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가 ?"
그 승려가 대답했다.
"들판의 도적은 완패했습니다."
임제가 물었다.
"어디에 나의 허물이 있는가 ?"
그 승려가 대답했다.
"또다시 범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임제가 다시 일갈했다.
2>어느 날 임제가 말했다.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단 한 사람도 잘못 보지 않는다.
상대가 어디에서 오는지 정확히 알아본다. 특정한 모습으로
오는 자는 마치 자기 자신을 잃어 버린 것과 다름이 없고,
특정한 모습으로 오지 않는 자는 끈도 없이 자기를 묶어
버리는 것과 같다. 언제 어떠한 경우라도 함부로 억측하지
마라. 이해를 했거나 못했거나 모두 잘못된 것이다.
나는 이것을 분명히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제멋대로
나를 비난해도 상관없다."
선사는 또 말했다.
"한마디 한마디(一句)에 세가지 신비의 문(三玄門)을
갖추어야 한다. 또 그 신비의 문 하나하나가 세가지
정수(三要)를 갖추어야 한다. 바로 거기에 방편이 있고
작용도 있다. 그대들은 이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
선사는 이 말을 마치고 법좌에서 내려왔다.
3>
어느 날 임제가 말했다.
"도를 닦는 벗들이여. 그대들은 옛 선사들이 말씀한
언구에 매달려, 그걸 진실한 길로 보면서 '이들 선지식은
훌륭하다, 나는 범부의 마음이니 어찌 그 고명한 선사들의
뜻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하고 말한다.
이 눈먼 바보들아 ! 그대들은 평생 그런 견해를 간직한 채
살아가면서 스스로 두 눈을 가리고 있다. 위대한 선사들만이
감히 붓다와 조사를 비방한다.
옛 선인들은 어딜 가더라도
사람들이 믿어주질 않아 추방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만일 그들이 가는 곳마다 인정받았다면 그런
사람들이 무슨 훌륭한 점이 있겠는가 ? 그래서 '사자가 한번
포효하면 여우의 머리통이 깨진다'고 말하는 것이다."
4>어느 날, 임제와 보화(普化)가 한 시주(施主)의 집에서
베푼 공양에 참석하고 있었다.
임제가 말했다.
"머리털 하나가 큰 바다를 삼키고 한 알의 겨자씨가
수미산(須彌山)을 담는다고 하는데, 이는 신통하고 묘한
작용인가, 아니면 근본바탕이 그렇기 때문인가 ?"
보화는 밥상을 걷어차 엎어 버렸다.
임제가 소리쳤다.
"너무 거칠구나 !"
보화가 반박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거칠다 세련되다 떠드십니까 ?"
5>
다음날, 임제와 보화가 다시 공양에 참석하고 있었다.
임제가 물었다.
"오늘 공양은 어제에 비해 어떤가 ?"
보화가 또 밥상을 걷어차 버렸다.
임제가 말했다.
"훌륭하긴 한데 너무 거칠구나 !"
보화가 말했다.
"이 눈먼 작자야 ! 불법에 무슨 거칠고 세밀함이 있다고
떠드는가 ?"
임제가 혓바닥을 내밀었다.
6>
임제가 운암(雲岩)의 제자인 행산(杏山)에게 물었다.
"무엇이 빈 터의 흰 소인가 ?"
행산이 응답했다.
"움-머, 움-머."
임제가 말했다.
"자네 벙어리인가 ?"
행산이 말했다.
"스님께서는 어떠십니까 ?"
임제가 말했다.
"이 짐승아 !"
임제가 한 비구니에게 물었다.
"잘 왔는가, 잘못 왔는가 ?"
비구니가 소리쳤다.
"할!"
그러자 임제가 주장자를 집어 들고 외쳤다.
"다시 말해 보아라. 다시 말해!"
비구니가 다시 '할!' 했다.
그러자 임제는 그대로 후려쳤다.
임제가 낙보(樂普)에게 물었다.
"예로부터 한 사람은 몽둥이(棒)을 쓰고, 한 사람은
고함(喝)을 질렀다.
어느쪽이 진실한가 ?"
낙보가 말했다.
"둘 다 진실하지 못합니다."
임제가 말했다.
"그러면 진실한 것은 무었이냐 ?
낙보가 바로 '할!'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임제가 후려쳤다.
7>
임제가 봉림(鳳林)을 방문했다.
봉림이 말했다.
"바다 위를 비추는 달은 하도 밝아서 그림자가 없는데,
노니는 물고기가 제 스스로 속는구나."
임제가 말했다.
"바다에 비친 달이 그림자가 없다면 어찌 물고기가
속는단 말인가 ?"
봉림이 말했다.
"바람부는 것을 보고 물결이는 것을 아니, 물을 가늠하여
작은 배에 돛을 올린다."
임제가 말했다.
"홀로 비추는 둥근 달 아래 강산은 고요한데, 나 홀로
크게 웃는 소리가 천지를 놀라게 하는구나."
봉림이 말했다.
"세 치 혀를 가지고 천지를 꾸미는 것은 임의대로 하되,
지금 현재에 맞는 한 구절을 일러 보시오."
임제가 말했다.
"길에서 검객을 만나면 칼을 바치되, 시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시를 보이지 마시오."
8>
임제가 금우(金牛)를 찾아갔다.
금우는 임제가 자기의 절에 오는 것을 보고는 주장자를
가로 뉘여 막고서 문에 걸터앉았다.
임제는 손으로 주장자를 세 번 두드리고 방에 들어가
제일 상석에 앉았다.
금우가 들어와 임제를 보고는 말했다.
"주인과 손님의 만남에는 각별한 예의가 있는 법인데,
그대는 어디에서 왔기에 이리도 무례한가 ?"
임제가 말했다.
"노화상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
금우가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임제가 그대로 후려쳤다.
금우가 넘어지는 시늉을 하지 임제는 다시 한번 후려쳤다.
금우가 말했다.
"오늘은 내게 이득이 없구나."
후에, 위산이 앙산에게 물었다.
"이 두 큰스님 중에 이기고 진 사람이 있느냐 ?"
앙산이 말했다.
"이긴 자는 철저히 이겼고, 진 자는 철저하게 졌습니다."
9>
임제가 말했다.
"나는 마음 바탕의 법(心地法)을 설한다. 이 마음 바탕의
법은 능히 자유롭게 범부의 경지에 들어가고 성인의
경지로도 들어간다. 만일 그대들이 지어낸 진(眞)과 속(俗),
범부와 성인의 구별로써 진속범성(眞俗凡聖)의 세계에
차별적인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이 진속범성이 '참사람'에게 이름을
붙일 수는 없다.
도를 닦는 여러 벗들이여 ! 잡았으면 그대로 쓸 뿐 결코
이름을 붙이지 말아야 하니,
이를 일러 '깊은 뜻(玄旨)'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애를 마감하기로 작정했을 때, 임제는 가장 깨끗한
가사를 입고 자리에 바로 앉아서 운집한 제자들에게 말했다.
"내가 가고 난 다음에 나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라."
수제자인 삼성(三聖)이 나와서 말했다.
"누가 감히 스승님의 정법안장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 ?"
임제가 말했다.
"훗날 사람들이 너에게 정법안장에 대해 묻는다면 너는
뭐라고 대답하겠느냐 ?"
삼성이 바로 '할!' 했다.
임제가 말했다.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먼 당나귀에게서 멸해 버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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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념을 깨닫고 더 나아가 많이 아는 거룩한 인물들이라면,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해함을 넘어서 웃어버릴 수밖에 없는 말들이다.
사실 이런 짓들... 이런 글들을 보면 소름이 돗는다.
사실. 옛 선사라는 자들의 우문우답들에 대해서 설명하는 까닭은. 인간들의 모든 지식들이 올바른 앎이 아니라, 무지이며, 무명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좀더 분명히 전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현시대에는 (식자우환이지만) 지식수준이 높아지므로써 '비밀의 언어'라는 말로 표현되는 '도'의 언어에 대해서 지적으로써도 이해가 가능할 만큼 언어가 풍부해 졌기 때문이다.
이곳의 글들로써 '지식이 무지'라는 사실에 대해서 인식할 수 있다면... 근심걱정 없은 삶, 죽는 날까지도 야생동물들과 같이 건강한 삶 그리고 서로가 화목하여 조화로운,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삶과 죽음의 한계를 넘어선 검증된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달마대사에게 '도'에 대해서 묻는다면, 순치황제에게 '마음을 찾아 보시오' 라고 말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도'를 설명했을 것이며, 소크라테스라면.... 악법도 법이라고 하는 까닭에 대한 비유로써 설명했을 것이며, 예수라면... 순수의식의 마음이 없던 시절부터 지금 마음이 있기 까지에 대한 설명으로써 '도'의 길,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을 것이다.
설령 석가모니에게 묻는다고 하더라도... '불성' 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며, '성불'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석가모니라면... 이곳의 일체유심조의 더 깊은 뜻과 같은 방법으로써, 일념법 일념명상법에 대해서 설명하겠지.
'나의 마음, 나의 생각, 나의 몸, 나의 느낌, 나의 감정.... 등의 말, 말, 말들 중에서.
마음, 생각, 몸, 느낌, 감정, 지식.. 따위가 사라진 '나' 가 있다.
마음, 생각, 느낌, 감정, 몸... 등은 "나가 아니며, 내것도 아니며, 나와 비슷한 것도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나' 아닌 것들에 대해서 '나' 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나' 아닌 것들에 대해서 '나' 라고 아는 앎, 지식들... 말, 말, 말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이 아닐 수 없는 언어의 함정, 언어의 굴레에서 벗어나라는 말이며, 언어를 구성하는 '생각의 윤회'에서 벗어나라는 말이다.
마음, 생각, 느낌, 감정, 몸... 등은 '나의 나'도 아니며, '나의 것'도 아니며, '나와 비슷한 것'도 아니다. '나 아닌 것들'에 대해서 '나'와 동일시 하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이며,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그대의 '나'
그것이 모든것이며 모든 것의 기원이다.
그것에 대해서 '도' 라고 하는 것이며,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이다. 무식하고 어리석은 자들이 '하나님 말씀' 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부처님 말씀'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신이 있다고..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인간들은 죽는 날까지 서로가 옳다면서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다고 병들어 죽거나, 늙어 죽거나 싸우다가 죽거나, 고독해서 죽거나, 자살하거나... 그렇게 죽어서 사라지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이 문제이다.
서로가 진리라고 주장하는 무리들 중의 한편이 되어서 싸울 것인가?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는 무리들 중의 일부가 되어서 잘난체 하다가 죽을 것인가?
서로가 주장하는 무리들의 수장이 되어서 또 다른 무리들을 이끌고 가다가 죽을 것인가?
아니면, 그 투쟁을 일삼는 어리석은 무리들을 벗어나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삶과 죽음의 한계를 넘어선 진리를 구할 것인가?
그에 대한 선택 또한 인연있는 자의 몫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신의 뜻일까?
'신'이라는 것' 그것이... '내가, 나에게 뜻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들이... '신에게, 하늘에게 뜻'이 있다'고... 아마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일념법. 일념명상법이 진리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도가의 약식'이 진리이다.
그대의 몸과 마음의 근원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법,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념명상의 집 '도가' 에서 ---> http://blog.daum.net/powwr116/?t__nil_login=my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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